[행사기획] 실패사례

본 사례는 행사 기획을 직접 진행하고 실패한 내용을 담은 글로 행사 기획시 Do's And Don'ts 로 체크하면 좋을 내용이다.

행사기획 실패사례

5년 전, 지역의 청소년·청년들을 모집해 연극/뮤지컬, 영화, 음악, 잡지, 미술/사진 등의 분야를 다루는 열흘간의 문화예술축제를 벌인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스물하나였고, 행사 기획은커녕 팀 과제에서도 ‘장’을 맡아본 적이 없었다. 말 그대로 무식해서 용감했다. 기획이 무엇이며, 얼마나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지를 몰랐기에 할 수 있었다. 과거의 나를 통해 ‘저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점이라도 얻어가시기를. 게다가 워뉴얼을 아는 당신은 출발점이 다를 테니!

시작하기

일단 여기저기 소문을 내야 한다. 추상적인 계획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아이디어에 살이 붙는다. 내 기획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함께할 동료가 생기거나 뜻밖의 지원이나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또한, 계획을 떠벌리고 다닐수록 일을 취소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지원사업 도전하기

다양한 지원사업 소식을 접하며, 적당한 곳에 지원해보기를 추천한다. 주최 측에서 요구하는 기획서를 작성하며 기획의 큰 틀에 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완성한 기획서를 바탕으로 여러 사업에 지원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구체적인 기획이 나올수록 기대와 열정도 커지는데,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하면 더할 나위 없다. 당장은 기획이 없어 공모전이나 사업에 지원하지 못하더라도 관심 분야의 대외활동이나 모임에 참여하다 보면, 함께 일을 벌일 동료나 일이 하나쯤은 생길 것이다.

IN MY CASE – 당시의 나는 각종 대외활동 소식을 찾아보는 취미가 있었다. 사회적 경제 분야의 청년들에게 해외 탐방비나 국내 프로젝트 실행비를 지원하는 사업이 눈에 띄었고, 관심을 가질만한 지인들에게 소문을 냈다. 고등학생 때 함께 영화를 했던 친구들이었고, 함께 준비해보기로 했다. 지원 과정에서 기획 의도, 일정, 예산 등 세부사항이 정해졌다. 이때, 일정과 예산이 맞아떨어질 것이란 기대는 하면 안 된다. 경험도, 일에 대한 느낌도 없기 때문이다. 주변에 피드백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면 실제 일정과 예산은 더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고 해서 ‘최저가’로 설정하는 경우 크게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예비비를 적절히 설정하는 것도 예산 편성에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지역에서 관계 맺기

도시가 크지 않다면, 자연스레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나 그들이 활동 지역을 옮기거나 활동을 관두지 않는 이상, 만들어진 관계는 어떻게든 이어질 것이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관계를 발전시키고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 제공할 것이 없다면 감사한 마음이라도 적절히 표현해야 한다. 행사 전후로 도움을 준 사람들, 찾아와준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면 좋다.

IN MY CASE –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서울과 비교하면 지방의 중소도시에는 청소년 대상의 프로그램이 흔치 않았다. 각자가 만든 영화나 연극이 전부인 실적과 부실한 기획으로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다. 지역과 나이의 희소성—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과 지원 사업에 함께 선정된 청년을 통틀어 가장 어렸다— 덕분에 장소부터 홍보, 현물, 현금까지 정말 많은 지원을 받았다. 대부분 받기만 하는 쪽이었다. 심지어 나는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해냈다는 마음에 취해 가까이에서 도와준 친구들에게도, 직접적인 지원을 마다하지 않고 해주신 마을 어르신들께도,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 옷을 대여해준 사장님께도 제대로 된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했다. 나는 다행히(?) 마음속 후회로만 남았지만, 자칫하면 뒤탈이 생길 수도 있으니 일정이나 연락처에 ‘감사한 마음 전하기’ 목록을 만들어두기를 권한다.

공간 찾기

행사를 진행할 장소는 물론이고, 준비할 공간도 마련해두면 좋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팀이라면 그리 높지 않은 월세로 괜찮은 공간을 찾는 일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지방의 중소도시에서는 괜찮은 스터디룸이나 회의실을 찾거나, 찾더라도 필요한 시간에 대여하기가 어려워 자연스레 카페에서 모이게 될지도 모른다. 공간이 있으면 회의비가 줄고, 회의를 자주 진행하더라도 부담이 덜하다. 여기에 조리까지 가능하다면 전반적인 식비도 줄이고 공간 상황에 따라 대관 수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

IN MY CASE – 우리는 운이 좋게도 아는 분들께서 사용하시던 공간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공과금만 내고 이용할 수 있었다. 회의는 물론이고, 공연과 전시를 준비하는 연습·작업 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것이 큰 장점이었다. 청소년들을 모집할 때는 설명회 장소로, 행사 직전에는 창고로도 쓰였다. 공간이 열려 있으니 청소년들이 자주 놀러 왔고, 새로운 친구를 데려오기도 했다. 함께 밥을 먹는 일도 잦았고 게임이나 파티도 하곤 했다.

실패한 기획

아이들과 친해졌고 우리끼리는 즐거웠지만, 축제는 철저히 실패했다. 지인을 제외하면 관객이 거의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기획 의도가 ‘청소년 문화예술 체험 및 발표 기회 제공’이었고, 경험자가 없었으니 축제까지 진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 명이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프로젝트에 추가했다. 너무 많은 분야를 다뤄야 했고,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행사를 기획하고 총괄할 능력이 부족했다.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경우였다. 작게 시작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IN MY CASE – 예산이 없으니 크라우드펀딩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리워드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팀원의 디자인이 인쇄된 ‘최저가’ 텀블러,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질 잡지 정도가 그나마 나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처럼 지인의 후원이 대부분이고, 목표 금액이 많지 않다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하지 않고 직접 후원을 받아 수수료를 아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후원자와 후원금 정리에 들이는 노력과 수수료 중 어떤 것을 지급할지는 선택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처럼 비전문가인 참가자를 모집해 함께 준비하는 과정을 기획하고 있다면,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준비하지 않는다’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참가자들과 생산적인 회의를 진행하려면 자세하게 기획을 해두는 편이 좋다. 사전 준비가 되어 있어야 구체적인 회의 안건을 제시할 수 있다. 참가자가 내놓은 좋은 아이디어는 기존의 기획에 추가하거나 기획을 일부 수정하면 된다. 우리는 최대한 참가자의 의견에 맞추자며 너무 러프하게 계획한 나머지 의미 없는 회의를 진행하는 때도 많았다. 시간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 참가자들의 믿음과 의욕도 저하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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