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예산안 작성팁
일반적으로는 ‘예산안’은 정부의 재정에 관한 계획서를 의미하지만, ‘예산안’이라는 용어는 민간기업, 단체에서도 빈번히 사용하는 어휘이며 심지어 개인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총체적 계획을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필자의 업무적인 경험을 살려 특히 정부 및 지자체에서 주도하는 민간위탁 형태의 사업, 정부연구사업(R&D) 및 각 기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는 예산안 작성 tip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1. 예산안이란 무엇인가?
예산안은 예산의 계획서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인 계획이다. 예산안에는 제공된 자원 중 위탁금, 보조금의 운용에 관한 계획은 물론 사업 - 해당 프로그램의 내용적 측면의 계획도 포함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돈의 내역과 그에 따른 액수만을 적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예산안만 보더라도 ‘그래서 그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내용의 행사 또는 컨텐츠를 만들겠다는 것이지?’라는 게 개략적으로는 파악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예산안을 평가할 때는 예산안은 물론 해당 예산이 집행되는 프로젝트 및 사업에 대한 계획서(이하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전체 예산에 대한 개략적 평가를 진행하고, 이후 세부 비목별 예산은 산출내역이나 견적서 등의 증빙을 포함하여 예산 세부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 예산 심사의 일반적인 프로세스: 심사 대상: 예산안 + 사업 계획서 프로세스: 전체 예산에 대한 평가 → 예산 세부 심사 진행 |
2. 그렇다면 이러한 예산안 작성은 왜 어려울까?
예산안 작성이 어려운 이유는 글이나 말이 아닌 수치가 정확하게 표현되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어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아래와 같은 다양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다.
1) 예산안 작성 가이드 및 집행 규정 숙지 부족
예산안 작성이 어려운 점은 예산안 작성은 소설이 아니라는 점을 쉽게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안은 소설도, 자유로운 그림도 아니다!) 예산안은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발주하는 해당 기관 및 단체별로 작성 가이드와 집행 규정이 존재하고, 해당 가이드와 집행 규정을 준수해야 프로젝트 예산이 승인될 수 있다. 심지어 모든 기관과 단체의 가이드와 집행 규정은 다양하고, 또한 해당 기관 별 단체에서 중요시하는 요소가 모두 다르다. 이에 대해 작성 가이드나 집행 규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파악하지 않으면 당연히 반려되는 경우가 잦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지난한 수정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2) 사업(프로그램)의 기획의 완성도 부족
두 번째로 예산안 작성이 어려운 점은 예산안을 작성하는 시점에는 해당 예산을 집행할 사업(프로그램)의 기획이 완성되지 않았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예산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예산안 작성 당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던 불확정적인 요소가 예산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및 지자체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민간위탁 사업의 경우, 매년 11월에서 12월경 다음 해의 사업 계획 수립과 더불어 개략적인 예산안을 편성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사업 계획과 그에 따른 예산안 편성이 일차적으로 계획 수준으로 진행되어 있어도, 이후 사업 계획의 수정에 따라 예산안 자체가 변경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며 연쇄적으로 이에 따른 해당 프로그램 예산을 변경해야 하는 불상사가 굉장히 자주 일어나게 된다.
3) 커뮤니케이션 오류
프로그램이 확정되고 이에 따른 예산이 편성되어도 어려운 점은 늘 존재한다. 이는 보통 예산안을 작성하는 담당자와 사업 운영의 담당자가 다르고 이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두 배로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을 주관하는 담당자와 이후 예산안을 심사하는 담당자도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예산안 작성 이후 실제 집행에서도 어려움이 존재한다.
4) 지출 계획에 대한 상세한 증빙 필요(견적 등)
예산안이 어려운 이유 중 마지막은 예산안이 현재 존재하는 시장에서 제공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기준으로 작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필요한 현수막과 디자인 공임은 현재 시장에서 제공되는 ‘평균 단가’라는 것이 존재한다. 평균단가가 존재하지 않는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지출 계획에서는 얼마를 편성해야 하는지 아리송한 경우가 다반사이고, 또 평균 단가가 존재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상세한 증빙, 곧 견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예산안 작성이 어려워진다. 결국 예산안은 섬세한 기획 및 계획,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 그리고 지난한 증빙 자료 수집의 세 박자가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어려운 작업임이 틀림없다.
3. 그렇다면 이 어려운 예산안을 어떻게 쉽게 쓸 수 있을까?
위에서 다뤘던 예산안 작성의 어려움을 기준으로 예산안을 작성하기 위해 몇 가지 도움이 될 수 있는 팁을 후술하기로 한다.
1) 예산안 작성 전 작성 가이드 및 집행 규정 최소 70% 이상 이해 및 숙지하기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다. 예산안 작성에서는 ‘아는 것이 시간 절약이다.’라고 생각하면 더욱 와닿을 것이다. 예산안 작성 전 오히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가이드 및 규정을 꼼꼼하게 숙지하는 것이 예산안 작성 시간을 줄이게 해준다. 물론 사업의 주체 기관에 따라 또는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에 따라 예산 계획을 짜야 하는 내용이 다르더라도, 세부 사업별로 집행하는 예산의 비목이나 기준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반복적인 작업이 될 확률이 높다. 반복적인 일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번에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충분히 고민하고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예산의 기본 원칙을 잘 숙지하고, 준수하여야 한다. 기본적으로 정부 예산의 경우 ‘각 회계연도에 있어서 지출되어야 할 경비의 재원은 그 연도의 수입으로 조달되어야 하며, 해당연도에 지출하여야 한다.’라는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과 같은 기본적인 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에, 예산안 작성 시점부터 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모두 잘 알 듯, 자원은 한정적이고 계획은 시간에 맞추어 규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 프로그램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자
예산안 작성과는 별도로 사업과 프로그램을 더욱 짜임새 있게 다듬고, 세부적으로 기획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예산안 작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본 경험이 적을 수도 있지만, 사실 잘 작성된 예산안만 보더라도, 해당 프로그램이 잘 기획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램이 완성도 있게 기획이 되면, 이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항목과 비용도 확실해지고, 지출해야 하는 항목과 비용이 확실하면 예산 계획의 완성도도 저절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산안의 내용이 부정확하거나 부실한 경우, 예산안의 내용을 세분화하거나 세밀하게 작업하려는 시도 이전에 프로그램이 완성도 있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십중팔구, 애매한 예산안 항목은 애매한 프로그램 기획 때문인 경우일 것이다.
3) 부지런히 담당자와 커뮤니케이션 하자
예산안 작성자는 해당 사업의 담당자와 같은 배를 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해당 프로그램을 잘 되게 도와주고, 관리하는 것이 당해 프로그램 담당자자의 과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해 프로그램 담당자는 예산안 작성자보다 예산 및 프로그램의 기획 방향에 대해서 내부의 생각을 더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업(프로그램) 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을 들이면 현명하고 지혜롭게 예산안 작성을 진행할 수 있다.
또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사업 담당자가 예산안 작성자와 ‘같은 배를 탔다’는 마음이 없는 경우인데, 이런 경우에 결국 고생은 예산안 작성을 하는 프로그램 운영자가 다 하게 되므로 예산안 작성 시부터 프로그램 담당담자에게 예산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함께 있다는 것을 주지 하기 위해서라도 빈번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4) 세부 계획안에 관한 증빙은 다다익선
모든 기획안에서도 동일한 이야기지만, 예산안에서도 꼼꼼하고 치밀하고 빈틈없음은 추구해야 할 1등 가치 중 하나다. 예산안 중 특히 계획안(지출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사항을 지출하겠다’고 계획을 제안하는)에서 견적서 등의 증빙을 요구하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왜 이런 금액을 산출하였는지 근거를 대라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대로 예산안 작성에 있어서 시장에서는 통용되는 화폐는 물론, 개별 서비스와 제품의 평균단가가 존재하며 해당 자원을 항목에 맞게 사용하겠다는 프로그램 담당자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증빙이 허술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증빙을 꼼꼼하게 챙기고, 더욱 많은 증빙을 제공할수록 예산의 감액에서 멀어질 수 있다.
4. 예산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늘 염두에 두면 좋을 사항들
1) 예산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세상 만사가 그렇듯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변화를 만드는 주체가 프로그램 담당을 사는 사업 기관 자체일 수도 있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체일 수도 있으며 또는 자연재해를 포함한 제3자일 수도 있다. 예산안을 바뀔 수밖에 없으며, 바뀌는 것을 처음부터 마음에 염두에 두는 것이 오랜 기간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예산안 수정을 거듭할 수 있는 끈기를 만들어 내준다.
2) TO 사업 담당자: 예산 변경은 최대 3회 정도로 제한하라
위에서 언급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예산 변경은 여러번, 꽤 많은 횟수로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변경이 당신의 기관이나 사업체의 이슈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체로부터 제안된 변경이라면 예산 변경을 하면 할 수록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당신은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업 담당자들에게 예산 변경 횟수를 최대 3회 정도로 제한하고, 예산 변경 시점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 당신의 업무를 깔끔하고, 편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2-1) To 프로그램 운영자: 예산 변경을 최소 3회 정도 제안하라
반대로 당신이 사업 담당을 진행하고 있다면, 프로그램 운영자(예산 담당자)에게 당신의 예산안이 바뀔 수 있음을 언급하고, 변경할 수 있는 최대 횟수를 제안하는 것도 좋다. 사업담당자와 프로그램 운영자 사이에서 예산 변경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번거로운 일이 되기도, 꼭 필요한 일이 되기도 한다. 결국 구태 불필요한 변경은 최소화 하고 꼭 필요한 변경은 서로 최대한 협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명한 업무 수행 방식일 것이다.
5. 예산안 작성시 많은 사람이 하는 말도 안 되는 실수 포인트
1) 금액 단위는 두 번 세 번, 백 번 볼 것!
우리나라의 통화는 원으로 보통 단위를 원, 천원, 만원, 백만 원 단위를 많이 사용한다. 또한 대형 프로젝트인 경우 억 원 단위를 사용하기도 한다. 예산안 서류에 정해져 있는 단위를 체크하는 것은 물론 기재까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 생각보다 금액 단위를 실수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예컨대 5천만 원을 억 원 단위로 사용하는 경우 ‘0.5억 원’이라는 친숙하지 않은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를 무심결에 지나칠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가장 편한 숫자로 다시 이해하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할 것이다.
2) 인건비(공무원 호봉, 학술연구용역 기준단가) 인상률 및 확정 단가 반영 필수
정부 및 관련 기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예산안을 작성할 경우 명심해야 할 것은 인건비의 성격을 띤 비용은 매년 조금씩이나마 인상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과 물가등락률을 반영한 인상률이 전년도 말에서 해당연도 1월 안에 확정되니 작년도 기준으로 예산 기획안을 잡더라도 해당 인상률을 반영하여 인건비를 산정하여야 한다.
3) 약간 어려운 이야기: 4대 보험료 및 퇴직금 반영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자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위탁금) 및 연구비에서 인건비를 받는 직원 및 연구원의 4대 보험료, 세금 그리고 퇴직금 또한 반영하여 작성해야 한다. 4대 보험료의 경우 기업(기관) 부담분과 개인 부담분이 나뉘어져 있으니, 요율에 따라 예산을 수립하여야 한다. 또한 4대 사회보험 요율 또한 변경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6. 사업 진행 및 예산 집행 중 예산안 변경 시 주의할 점
예산안을 작성 완료해서 승인을 받은 후 실제 사업을 진행할 때 예산안의 변경 가능성은 앞에서 누누이 말한 바 있다. 이에 예산안을 변경하고자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 후술한다.
1)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차는 개별 기관에 따라 다 다르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처럼, 개별 기관과 지자체 또는 단체별로 ‘그들만의 절차’가 늘 존재한다. 따라서 사업을 진행하거나 예산을 변경 절차가 상이하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단 한 개만 운영한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이전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우가 있는 경우 이와 같은 관점을 간과하기 쉽다. 예산안 내부 변경의 절차에 있어서 담당자가 승인하면 바로 진행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내부 변경 후 통보 혹은 전담기관의 승인을 득해야 하는 경우까지 다양한 변경 절차가 존재한다. 또한 비목의 단위가 클수록 변경 절차가 까다롭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작은 단위의 비목 중에서도 특히 장비나 자산을 취득하는 것에 대해서는 승인까지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때 사업 담당자는 예산 담당자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다.
2) 데드라인을 잘 지키자
위에서 언급한 한정적인 자원이라는 관점에 있어서 ‘시간’이라는 자원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정부 민간 위탁 사업, 정부연구지원사업(R&D) 그리고 각 기관이 지원하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마저도 ‘변경할 수 있는 시점’(수정 및 변경 가능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있다. 특히 자산, 장비, 재료 등의 구입은 사업(연구) 기간 동안에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사업(연구)종료 기간으로부터 2~3개월 이내에는 예산을 증액하거나 구입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변경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변경 자체를 적시가 아닐 때에 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에 적시에 변경하는 것을 마음에 염두에 둬놓고 있어야 한다.
3) 애초에 약간의 여비를 두면서 작성 하자
예산과 관련하여서는 정부 및 기관 또는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심지어 가구에서도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 있다. 이미 편성한 예산을 증액하기에는 웬만큼 특별한 사항이 아니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보통 정부 민간 위탁 사업 예산의 경우 계약(예산)심사 시 감액된 비목은 추후에 증액이 불가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추후에 증액이 필요할 확률이 높은 비목에 대해서는 보완 후 추가 심사를 받더라도 최초에 여유 있는 편성을 하고 승인을 받는 것이 영리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연봉 협상처럼 말이다.)
Last upd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