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기획] 영화제 기획

국내 손꼽히는 영화제들이 매년 개최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봄부터 겨울까지 기획파트 공고가 올라왔다 내려가죠. 업무 내용을 명시해주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등의 고민으로 공고페이지만 뚫어지게 보고 있나요? 그 고민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그래서 현장에 여성 기획자가 늘어나고 함께할 수 있다면 몹시 기쁠 것 같습니다. 영화제 기획파트, 조금 더 세밀하게는 행사/이벤트/공연 기획을 중심으로 저의 경험치 안에서 제 업무 방식을 소개합니다.

1. 근로형태 및 업무 진행순

보통 국내 영화제는 일주일에서 열흘 안팎으로 개최됩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전주국제영화제(JIFF) 등의 규모가 큰 영화제들이 있으며, ‘국제’ 영화제보단 규모가 작지만 개성 있고, 매력 있는 영화제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초록 창에 ‘국내 영화제’ 검색하시면 분기별로 확인 가능)

개최 기간이 짧고,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 단기직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계약 기간을 가지며 이 기간과 직급에 따라 업무 내용이 상이합니다. 입사하고 싶은 영화제가 있다면 개최 3~6개월 전부터 공지를 확인하세요. 물론 매년 전체 파트를 다 뽑진 않아요. 영화제마다 년 단위 사업들이 있어 팀원이여도 1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있고, 이직 등으로 공석일 수도 있으니 유동적입니다. 여러 영화제에 스텝으로 근무하면 1년 내내 일을 할 수도 있어요. 보통 3개월가량의 근무 기간이고, 봄에 전주(4월)를 시작으로 부천(7월), 제천(8월), 부산(10월) 순이므로 전주->부천or제천->부산 근무도 가능합니다. 예시를 유명 국제 영화제들로 든 것뿐 다른 영화제들도 일정만 맞추면 가능해요. 실제 영화제만 꾸준히 하는 스텝들도 많고요.

업무의 시작은 전년도 자료 보기입니다. 영화제마다 매년 폐막 후엔 내외부에서 평가합니다. 그 자료를 토대로 전년도 좋았던 점, 나빴던 점 등을 정리해둬요. 영화제마다 정체성도, 지향점도 다 다르기에 그 영화제에 대해 파악하고, 올해 영화제를 위한 큰 그림을 구상해나갑니다. 이때 예산, 개최될 공간, 인력 등에 대한 것들을 함께 정리해나가죠. 서치, 아이데이션 등을 통해 기획안을 작성해나가고, 현장 답사를 다니고 팀 내부와 타 팀과의 협업 등을 구성해가며 기획안을 확정해나갑니다. 기획안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대행업체(or하청), 아티스트 섭외, 제작 물품 발주, 온·오프라인 홍보 등에 업무들이 뒤따르죠. 이 모든 것들은 처음이어여도 이전 영화제 자료들을 계속 보며 진행하시면 충분히 다 할 수 있습니다. 단기직 형태의 근무가 많다 보니 각 영화제들은 이전 자료들을 잘 보관하는 편입니다. 언제든 새로운 스텝이 와도 함께 일할 수 있게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2. 영화제 기획이 타 행사 기획과 다른 점

2-1. 영화제의 주인공은 ‘영화’

영화제마다 작게는 GV(관객과의 대화)에서 크게는 무대 공연, 전시 등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각 이벤트에 따라 담당 팀이 다르고요. GV의 경우는 프로그램팀에서 진행하고, 행사팀(영화제마다 팀명 상이)은 하드웨어(음향장비 및 엔지니어)를 제공합니다. 제천의 경우 음악 영화제이므로 뮤지컬영화OST, 밴드 등 음악공연이 영화 상영만큼 중요하고 그 수도 많지만, 보통의 영화제들은 영화 상영과 국내외 영화 인사들이 메인이고 이벤트는 부차적이에요. 그러므로 영화제의 정체성, 당 해의 슬로건이나 컨셉 등에 맞춰 이벤트를 구상해야 하며, 이벤트 일정 앞뒤로 상영되는 영화 시간, 참여 게스트 등을 확인해 어우러지게 구성합니다. 물론, 집객이 중요하단 점은 당연하고ㅜ요, 최대한 관객들을 영화제 공간에 오래 머무르게 해 영화 관람까지 이어지게 하면 좋겠죠.

2-2. 다른 팀과의 협업

그래서 타 팀과의 협업이 꽤 많은 편입니다. 프로그램, 홍보, 마케팅 관련 팀들과 주로 협업하게 되고요, 최대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을 해야겠죠.

프로그램 - 상영일정, 영화정보, 게스트, GV, 토크 프로그램 등

홍보 - 온오프라인 홍보, 보도자료, 섭외 등

마케팅 - 게스트 기프트, 관객 이벤트 경품 등

물론, 초청(개폐막식 의전 등), 총무(계약서, 예산, 비품 등) 등 업무 내용에 따라 협업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그 안에서 업체, 아티스트, 관공서(담당 부서, 경찰, 소방, 보건소 등) 등도요.

2-3. 공간, 예산

영화제 이벤트의 경우 실내/외 공간을 전부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규모가 큰 무대 공연, 야외상영에서 소소한 관객 이벤트, 경품추첨까지 진행하는 이벤트 내용도 다양합니다. 보통은 각 영화제마다 매년 진행해오는 시그니처 행사가 있고 각 해에 컨셉 및 슬로건에 따라 새로이 진행될 단기 이벤트도 있을 겁니다. 그것들이 영화제 전체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수 있어요. 그래서 영화제 공간을 철저히 답사하고, 관객 및 게스트 동선 체크, 각 공간의 이동 거리 및 소요 시간, 주차공간, 편의시설, 대중교통 등 공간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파악이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영화제의 주인은 ‘영화’ 이므로 이벤트 예산은 적은 편입니다. 하드웨어 비용으로 대부분 지급하게 되어 섭외비 등 소프트웨어 진행할 금액이 부족해요. 그렇기에 예산을 짤 때 영화제 규모, 이벤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안에서 중요도를 파악하여 예산을 분배하여야 합니다. 예산을 아끼는 최고의 방법은 ‘아이디어’와 ‘인맥’입니다. 그리고 대행업체(or하청업체)와 계약 시 10% 수수료가 붙는 것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 금액을 계산 않고 예산 짜다가 차후에 예산 오버되는 경우가 생겨요. 그리고 아티스트 섭외도 업체를 통하면 소개비가 10% 붙을 수 있어요. 그러니 가능하면 인력풀을 총가동하여 직접 섭외해 예산을 아끼면 좋겠죠. 정리하면 대행업체와 계약 시 예산내역 중 섭외비+10%가 붙은 채로 또 전체 대행비+10%가 되요. 그러니 예산 짜실 때 수수료 부분 잊지 말고 최대한 세밀하게 예산내역을 짜야 합니다. 업체에서 예산서를 주면 그냥 전체 금액에 잘 맞는지만 볼 게 아니라 항목별로 이 금액이 타당한지, 부풀려지진 않았는지, 더 저렴한 대체품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 계약서 작성 전 최대한 세밀하게 확인해 조율해야 합니다.

3. 기획 업무 팁

3-1. 기획자, 프로듀서의 마음으로.

제 생각에 좋은 기획자는 ‘적재적소에 인력배치’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만일, EDM(DJ)파티를 기획한다면 일일이 DJ를 찾고, 음향장비를 렌탈하고, 장소를 찾는 것보단 괜찮은 클럽을 찾아 그곳과 연계한다면 DJ, 음향장비, 장소, 진행인력 등이 한 번에 해결됩니다. 계약서도 건건이 쓰지 않고, 하나만 작성하면 되니 품이 줄지요. 대신 우리 컨셉이나 분위기에 맞는 클럽을 찾기 위해 초반 발품 파는 일이 중요할거예요.

다른 예로 영화제는 ‘자원활동가’라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보통 대학생들이 많은데 업무에 따라 스텝별로 자원활동가를 배치 받습니다. 담당자가 자활을 직접 뽑는 경우가 있는데 이벤트에 따라 친구들의 성향, 분위기, 경력 등을 보고 팀웍이 잘 다져질 수 있게 그루핑 해주면 됩니다.

기획자가 모든 분야에 전문가일 수 없습니다. 다 잘 알고 잘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잘 알고 잘하는 분을 섭외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무지한 채로 통째로 다 맡겨버리면 주객이 전도될 수 있으니 그 분야의 기본적인 부분은 파악하고 컨택하셔야겠죠.

3-2. 대행업체, 협력업체, 외부용역을 ‘우리팀’처럼

기획자로서 여러 업체와 일을 하다 보면 갑을관계가 형성됩니다. 기획자가 갑이 되죠. 하지만 실제론 예산을 주는 곳이 ‘갑’이기에 기획자는 중간입장입니다. 하지만 기획자가 업체에 소위 말하는 ‘갑질’을 하게 되면 질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획자가 행사 하나를 진행할 동안 업체는 두 개, 세 개를. 기획자 행사 경력이 열 개면 업체는 백 개 이상 일 거 거든요. 기획자보다 현장과 단가를 잘 알고 인맥도 훨씬 넓죠. 하지만 당연히도 업체는 기본적으로 오더를 내린 부분만 수행합니다. 상명하달식 구조를 깨고 관계를 친숙히 만들어 내 남의 행사가 아닌 ‘우리 행사’처럼 여겨지게 팀워크를 만들면 업체에선 한 발 더 움직여주세요. 제 아이디어를 좀 더 잘 살릴 수 있는 의견을 주기도 하고, 디자인에 좀 더 공들여주기도 하고, 현장에서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능동적으로 케어해주기도 합니다. 계약서에 글로 명시된 것들 외에도 현장에선 손길이 닿아야 하는 곳이 많죠. 기획자보다 경험이 더 많기에 시야가 넓고 돌발 상황에서 잘 대처합니다. 이런 고급인력들을 내 편으로 만들면 현장이 아무리 넓어도 든든하겠죠?

“아 다르고 어 다르다”란 말 저는 자주 쓰는데요, 예를 들면 업무지시를 할 때 “00님 매뉴얼 몇 페이지 이렇게 수정 부탁드려요, 수정하실 동안 저는 관공서 협조 얻어 놓을게요. 각자 진행 후에 다시 얘기해요” 이렇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팀플처럼 같이 머리를 맞대고 일을 하게 돼요. 업무 지시는 명확히 하되 공손한 말투로요.

3-3. 도시락, 음료를 아끼지 말자

미팅할 때마다 법카를 가지고 나갈 수 없고, 다과비가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팅 때나 영화제 기간에 커피값을 아끼지 마세요. 자원활동가들에게 기간 중 도시락이 나가는데 항상 남기 마련입니다. 어차피 남는 거 출연진, 업체 등에 나누어 주세요. 먹을 거 챙겨주는 사람이 제일인 거 아시죠? 작은 거 하나지만 효과는 클 거예요.

3-4. 현장답사의 중요성은 별 다섯 개

이벤트가 진행될 공간은 철저히 파악하고 계시는 게 좋아요. 낮과 밤이 다르고 평일과 주말이 다 다르거든요. 주 유동인구의 연령대나 성별, 니즈를 파악하면 그 공간에 알맞은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측을 꼭 직접 여러 번 하세요. 기존 자료는 참고만 하시고요. 내가 실측해서 그 자료와 똑같은 치수가 나오더라도 실측하며 실제로 걸어보고 자세히 보다 보면 그 공간을 구성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아요. 그러니 현장답사는 많이 갈수록 좋습니다.

3-5. 일정표, To Do List, 체크리스트를 내 몸처럼

초반 기획안을 작성하면서 전체 일정표를 러프하게 함께 짭니다. 기획안이 디테일해지면 일정표도 디테일해지죠. 세부 업무 내용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해 일정표 작성을 하고 매일 그 일정표에 따라 To Do List를 작성합니다. 이를 한 달, 일주일, 하루 마감으로 세밀하게 체크해가면서요. 실제 진행속도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율하는 여유도 필요합니다. “무조건 이날 끝내야 해”하며 강박을 느끼면 스트레스를 받고, 그러면 시야가 좁아져 업무 진행 속도가 더 더뎌지고 결국 멘탈이 나갑니다. 그러니 늘 조율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일정을 관리하세요.

행사를 2주 정도 앞둔 시점부터 체크리스트 작성을 합니다. 당일에 도착할 것, 사무실로 미리 받을 것, 용달에 실을 것, 내가 직접 가져갈 것, 담당자가 다른 사람인 것이면 그 담당자와 미리 협의된 사항을 더블체킹 합니다. 출연자가 몇 시에 현장 도착하는지 도착 전 세팅할 것들은 무엇인지 등 행사 별로 작성해 매일 체크하며 진행해야 개최가 가까워 시간이 촉박해도 허둥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절대 까먹지 않을 거로고 생각한 일도 당일 여기저기서 나를 찾는 전화와 무전과 문자와 부름이 쏟아지면 잊게돼되요. 그렇게 현장에 구멍이 생기면 결국 안전사고와 연결될 수 있으니 위의 세 가지를 목숨처럼.

3-6. 행사 직전 연락 돌리기

이미 섭외가 끝났고, 확정 약속을 했어도 최소 이틀 전엔 재연락하여 그 내용을 재확인합니다. 아티스트, 업체, 물건 배송 등 여러 가지 전부 다요. 특히나 무대 공연은 아티스트의 도착 시각이 중요하죠. 혹 오는 길에 교통체증이 심한 구간이 있다면 우회도로를 알려주거나 좀 더 일찍 출발해주시길 당부하는 등 조치해 본공연에 지장이 없도록 합니다. 유선상 통화가 끝난다면 문자, 메일 등 문서로 확정 시간과 장소, 참고사항 등을 다시 보내주면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증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3-7. 안전사고, 날씨 대비

안전사고는 몇 번을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히나 행사장에서의 사고는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매뉴얼을 작성하고, 발생할 모든 변수를 시뮬레이션해보고 대비책을 마련해 자활 포함 행사 관련 모두와 공유합니다.

야외 행사라면 날씨 대비도 필수죠. 장마철이라면 우비 등 우천 대비 계획을 세우고, 폭염이 예상되면 그늘막 설치 등의 계획을 추가합니다. 날씨로 인한 인명사고도 종종 발생하기에 행사 기간 중 날씨에 대한 확인 및 대비도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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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age has been written and edited by Shin Ji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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