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기획] 잡지 기획하기
1. 잡지란 무엇인가
1.1 잡지
'~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일은 늘 어렵다. 잡지란 무엇인가로 시작하기보다, 질문을 바꾸어 무엇무엇은 잡지인가? 라고 묻는 쪽이 오히려 잡지에 대해 더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알려줄 것이다. 잡지와 단행본은 출판물 등록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단행본은 ISBN, 잡지는 ISSN으로 바코드를 등록한다. 단행본과 잡지의 가장 큰 차이는 일회성과 지속성일 것이다. 잡지는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일정 간격으로 간행하는 책이다. 성격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간행 주기에 따라 주간, 월간, 계간 등으로 나눈다. 주간의 경우 주간 OO, 월간의 경우 월간 OOO, 이 잡지 이름에 붙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주간의 경우 대개 어느 정도 시의성이 있는 컨텐츠가 실리게 되며 월간, 계간은 주간보다 호흡이 길다.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잡지 창간을 계획 중이라면 다루려는 내용과 자신의 리듬 등을 고려해 발행주기를 신중히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모든 자유로운 것들은 정의하거나 분류하기 어렵다. 잡지는 내용과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잡지란 무엇이냐고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여러분이 같은 이름을 가지고 주기적으로 출판물을 발행한다면 그것은 잡지라고 불릴 것이다. ‘어떤’ 잡지가 되느냐가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1.2 잡지의 구성
편집팀원들이 잡지를 어떻게 구성하고 싶은지에 따라 구성도 천차만별이겠지만, 보통 우리가 잡지라고 알고 있는 것들을 별 고민 없이 떠올려본 후 공통점을 찾아내면 그것이 보편적인 잡지의 구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표지가 있고 내지가 있으며 내지에는 글과 이미지가 있다. 때로는 글이 아예 없거나 글만 있는 경우도 있다. 잡지에는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 설령 그것이 일관되지 않은 컨텐츠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독자가 한 권의 잡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났을 때, 이 책이 하려는 말이 하나로 모일 수 있어야 ‘잘 만든 잡지’라는 평을 들을 수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것이 꼭 메시지의 형태일 필요는 없고, 하나의 인상이나 주제의식 등이 느껴진다면 여러분이 세상에 또 하나의 고유한 잡지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겠다.
1.3.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
내용을 관장하는 편집팀과 잡지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제작팀이 있다. 편집팀은 여러분이 ‘잡지’ 하면 떠올리는 그들. 에디터, 포토그래퍼, 디자이너 등이 있다. 이들은 한 명일 수도 있고 여러 명일 수도 있다. 이들은 고정된 팀원일 수도 있고 객원 멤버일수도 있다. 일회적으로 편집팀원이 아닌 사람에게 글이나 이미지를 의뢰해 일회적으로 싣는 경우도 많다. 제작팀은 제작비를 확보하는 일을 주로 하며, 컨텐츠 제작 이외의 모든 일을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홍보부터 유통, 배송까지 잡지에 얽힌 살림살이를 나누어 맡는 팀이다. 제작팀이 편집팀의 방향을 이해하고, 편집팀이 제작팀의 성향이나 지향을 이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잡지를 만들고 잡지를 세상에 내놓는 일이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제작팀의 대표 격은 ‘발행인’이고 편집팀의 대표 격은 ‘편집장’이다.
2. 잡지 기획을 시작하기 전에
2.1 WHY
이 잡지를 왜 만드는가. 이 질문은 제대로 잡지를 만들어보려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혹은 내 동료에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이 잡지를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세상에 어떤 쓸모가 있나, 혹은 나에게 어떤 욕구가 있어서 하필이면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잡지를 만들려고 하는가. 자문하다 보면 여러 이유가 나올 것이고 그 이유를 추리다 보면 굵직한 몇 가지 이유로 수렴될 것이다. 예시) 1) 나는 OOO를 주제 삼아 이야기하는 잡지를 보고 싶은데 시중에 없다. 2) 시중에 그런 잡지가 있긴 하지만 내 마음에 안 든다. 3) 이 타이밍에 이런 내용으로 잡지를 만들면 잘 팔릴(?) 것 같다. 4) 잡지를 만들어 유명(!)해지고 싶다. 등등
2.2 HOW
자신, 혹은 자신과 동료들의 각양각색 욕구를 파악하고 입으로 뱉어봤다면 지금 내가 잡지를 만들 때인지 아닌지 흐릿하게라도 느낌이 올 것이다. “자네, 내가 잡지를 만들 상인가?” 확신이 든다면 그때가 바로 잡지가 내게 오는 때!
이제 잡지를 만드는 명분도 섰고, ‘어떤’ 잡지를 만들어야 할지, 우리가 ‘어떤’ 잡지를 만들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볼 차례다. ‘왜’를 이야기했으므로 ‘어떻게’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예시)
(‘왜’에 비추어 봤을 때)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디자인은 어때야 할까.
네이밍은?
문체는?
전체적인 톤은?
글이 많아야 할까 이미지가 많아야 할까 아니면 다 적어야 할까?
종이로 인쇄해야 할까 웹진으로 만들어야 할까?
우리가 하려는 게 꼭 ‘잡지’여야 하는 걸까? (아직 늦지 않았다…!)
광고를 받아야 할까? 아니면 독자 구독료 100퍼센트?
2.3 WHAT
'왜+어떻게=무엇' 이 놀라운 공식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왜’와 ‘어떻게’의 끈질긴 터널을 지나온 당신. 이제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결심이 섰을 것이다. 머릿속에만 있는 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세상에 미리 나와 있는 잡지들을 찾아보고 머릿속에 있는 그것과 견주어보며 ‘우리’의 잡지가 갖추면 좋을 꼴을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보자.
예시) 나는 영화 이야기를 하는 잡지를 만들고 싶어. 이미 세상엔 씨네21과 맥스무비와 프리즘오브와 아노 등이 있지만 나는 그것들과 다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한 잡지를 만들고 싶어! 예상 독자는 내 친구 @#%#@같은 사람이고 두께는 @%정도 되면 충분할 것 같고 느낌은 @#%하게 내기 위해서 전면 흑백, 재생용지를 사용해서 종이 잡지로 만들래!
3. 잡지 기획 프로세스 (5)
1. 잡지를 관통할 주제 정하기
잡지를 만들기로 했다면 그 잡지를 통해 말하고 싶은 주제를 정한다. 이때 주제는 흐릿해도 상관없다. 지역의 젊은 여성들과 함께 페미니즘 잡지를 만들고 그것을 다른 여성들과 함께 읽고 싶다! 는 마음이 들었다면, 그 정도로 충분하다.
어차피 독자는 우리가 생각하고 의도한 ‘주제’를 파악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종이 혹은 웹에 새겨진 글자나 이미지를 보고 주제를 유추하는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전체 주제에 맞는 꼭지 주제 기획하기
팀원 사이에서 1)이 대강 정해졌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획을 실을지 생각해내는 일이 중요하다.
2. 기획별 아이디에이션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표현할 방법은 너무나 많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기 위해 어떻게 그림을 그려내야 할지 구상하는 단계인데, 인터뷰이의 입을 빌려 그것을 말할지, 편집팀이 그 글을 직접 적어낼지, 혹은 단체 외부에 있는 사람의 글을 받을지, 사진만을 가지고 그것을 전달할지, 혹은 그림이나 만화를 그릴지 결정한다.
이 단계에서는 타겟 독자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내 주변에 있는 누군가를 상상하면 고민이 좀 더 잘 풀린다(!). ‘내가 ㅇㅇ에 대한 기획을 하려고 하는데, ㅇㅇ에 대해 50 정도의 관심이 있는/혹은 ㅇㅇ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A라는 친구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을 담으면 좋을까? 이 친구에게 필요한 정보는 무엇일까? 이 기획을 통해 독자들이 느끼게 될 감상을 상상하고, 해당 독자들에게는 어떤 정보가 유용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디자인 기획이 동시에 진행될 때도 있다. 흰색 종이를 꺼내 책 모양을 그려보고, 그 위에 네모(사진)와 줄(텍스트)을 그리면서 이런 방식으로 텍스트가 놓이고, 이 옆에는 사진이 놓이지면 좋겠다. 이를 위해 취재 단계에서는 누구를 만나야하겠다, 어떤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인쇄 날짜를 정해놓고 거꾸로 계획을 세운다. 12월 31일에 인쇄를 맡기기 위해서 30일에 마지막 검수를, 27일에는 첫 번째 검수를, 그러기 위해서 10일부터는 디자인 작업을, 디자인 작업 이전에 텍스트는 며칠에 완성할지, 인터뷰 일정은 언제 잡을지 계획을 촘촘히 세운다. 계획은 항상 깨지고 마감은 항상 순식간에 다가오니까 넉넉하게 잡아두는 게 좋은데, 넉넉하게 잡아도 계획은 자주 깨진다. 기획 단계에서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 부분이 많다면 인터뷰 등의 취재를 먼저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해당 주제에 대해 더 오래 고민한 사람,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나면 실마리가 보일 때가 많다. 그분들을 만나고 나면 우리가 책상에 앉아 상상했던 것들이 전부 무용해지는 경우도 있다.
3. 기획별 취재
각 꼭지에서 말하고 싶은 주제를 구체화하고 나면 그 주제를 표현할 수 있는 소스들을 모으는 작업을 한다. 인터뷰, 사진 촬영, 이미지 모으기, 텍스트 수집 등.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인터뷰이에게 얻고 싶은 정보나 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정을 한 후 진행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인터뷰이에 대해 많은 조사를 선행한 후 질문을 구상하는 편이 좋다. 그리고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좋은 인터뷰이를 찾아내는 것이 제일 중요한 단계라는 것! 좋은 인터뷰이가 좋은 기획을 만듭니다.
4. 원고 정리
재료를 모았으니 칼을 뽑아서 썰 때입니다. 녹음된 인터뷰이의 말이나 기고받은 글, 내가 적은 글, 얘가 적고 쟤가 적은 글을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형태의 원고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다. 항상 넣고 싶은 말은 넘치고 내가 적은 글도 너무 소중하지만, 과감히 버리는 것이 미덕일 때가 많다. 독자에게 유용한 부분만을 남긴다는 생각으로 원고를 정리한다. 잡지를 오래 만든 누군가에게 들었는데, 그 사람은 ‘탁 털었을 때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는 잡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원고를 정리할 때는 구글 드라이브 독스를 추천한다. 수정 제안으로 지울 곳은 지우고, 말이 안 되는 곳은 이렇게 고치는 거 어때 제안하고, 새벽까지 구글 드라이브를 눈 빠지게 보고 글을 고치다 보면 독자에게 보여줄 글이 탄생한다.
5. 디자인 작업
컨텐츠에 포함될 사진과 글, 이미지 등이 모두 수집되고 나면 그 소스들을 어떻게 배열하고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지 구상한다. 이 단계는 기획별 아이디에이션에서도 선행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소스들이 모였을 때는 계획과는 다른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텍스트와 사진들에서 더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디자인을 통해 강조한다. 기획들이 완성되고 난 후에 컨텐츠의 순서도 확정되는데, 글과 사진들이 앞뒤에 배치되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시너지나 영향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6. 검수
디자인 작업이 완성된 후에는 검수 작업을 진행한다. 검수 작업에는 텍스트 검수와 디자인 검수가 모두 포함된다. 텍스트 검수 시에는 윤문(문장 다듬기), 맞춤법 확인 등이 필요한데, 특히 지금 쓰인 글이 독자에게 읽힐질 때 어색한 부분 없이 부드럽게 읽히지는지, 기획 단계에서 해당 컨텐츠를 통해 전달하려고 했던 감상이 글을 통해 전해질 수 있을지 다시 번 확인하는 작업이다. 사진의 경우 컴퓨터나 모바일에서 보았을 때와 다르게 인쇄될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잡지가 인쇄될 종이에 미리 뽑아보고 사진의 느낌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디자인 검수도 텍스트 검수와 마찬가지로 텍스트가 잘 읽힐 수 있도록 배치가 되어있는지, 인쇄했을 때 화면과 어떻게 다른지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잡지의 완성도를 검수는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좋다. 가 아니고, 검수할 때마다 끝없이 틀린 부분이 보일 것이므로 어느 정도 놓아주는 마음도 필요하다.
7. 인쇄
검수 파트에서 이야기했듯 오류가 발견되어도 심각하게 좌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잡지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이므로. 이번에 오류가 있다면 다음번에 반영하면 된다. 접근 가능한 여러 인쇄소에서 인쇄해 보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 된다. 어떤 인쇄소는 푸른 빛이 감돌고, 어떤 인쇄소는 쨍한 색을 잘 뽑고, 인쇄소별로 특징이 있는데, 그 특징이 우리가 의도한 그 잡지와 맞아떨어질 때 빛을 발하므로, 인쇄소 정하는 일도 ‘인쇄’파트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하겠다. 본격적으로 인쇄를 시작하기 전에, 인쇄소에서 인쇄 기사님이 당신을 호출하는 일이 있을 텐데 그때는 겸허한 마음으로 인쇄소에 당도해 테스트 인쇄를 하면 된다. 이때 무언가 수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대개의 인쇄소의 경우 수정 반영하기 힘들다는 점을 아시면 좋다.
4. 그렇다면 인쇄 다음은?
인쇄소에서 잡지가 나왔다는 연락을 처음 받게 되면 막 태어난 아가를 보러 가는 마음이 든다. 박스를 뜯어 잡지 무더기에서 한 권을 꺼냈을 때 심정은… 잡지를 만들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감정일 것.(그런데 상상과 다른 경우도 많으니 기대와 걱정은 항상 같이 품고 인쇄소로 달려가야 한다.) 몇 주 혹은 몇 달에 걸쳐 잡지를 만들고 나면 에너지가 전부 소진된다… 만, 그렇게 열심히 만든 잡지를 나만 보기는 너무 아까우니 잡지를 만드는 것 말고 다음 단계를 열심히 해야 비로소 잡지의 의미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자식새끼를 많은 독자에게 내보이기 위해서는 독립 서점 입고, 개별 구독 신청, 텀블벅 등의 크라우드 펀딩, 대형서점 입고 등의 방법이 있겠다.
독립 서점에 입고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 주변에 위치한 독립 서점의 문을 먼저 두드려보자. 가장 가까운 독립 서점에 가서 이런 목적으로 잡지를 만들었다, 이 책방에 오는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하며 잡지를 건네 드린다. 독자들에게 이 잡지가 유용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대표님께서는 공급률과 입고 절차에 대한 안내를 주실 것이다. 공급률은 서점마다 상이하지만 대부분 독립 서적에 대한 기준이 정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입고를 하면 된다. 나에게 가까운 독립서점을 방문해본 후에는 인터넷에 독립 서점 리스트를 검색해서, 책방들에 메일이나 전화로 입고 문의를 남긴다. 이때 이 책방에 왜 이 서적이 입고되면 좋을지 잘 어필해야 한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출판물이 있고, 서점마다 입고하는 책의 성격과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내 잡지의 성격에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은 서점에 먼저 어필해보는 것이 좋겠다.
온라인상에서 판매를 할 경우 내가 가진 SNS나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구독 신청을 받을 수 있겠지만, 내 SNS 팔로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면, 내가 잡지를 세상에 내놓은 경우가 별로 없어 사람들이 이 잡지의 존재를 모른다면, 근데 이걸 더 많은 사람에게 꼭 보여줘야겠다는 결심이 서면 텀블벅의 문을 두드린다. 텀블벅 펀딩 계획은 제작 과정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텀블벅에는 내가 만드는 잡지 이름을 처음 들어보더라도 엥, 하지 않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라면 기꺼이 구독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접속해주시는 것 같다. 자기가 이 잡지를 왜 만들게 되었는지, 우리가 누구인지, 잡지를 사면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충분히 어필해본다면 >>>밀어주기>>> 해주시는 분들이 생길 것이다. 이때 많은 분의 관심을 얻었던 잡지나 서적이 자기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어필했는지 참고하며 스토리 라인을 구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한 번 펀딩을 시작한 이후에도 끝없이 홍보와 채찍질을 계속해야 목표한 금액을 이루고 인쇄비를 건질 수 있을 것이다.
5. 자주 하는 실수 및 어려움
기획의 어려움
모든 기획은 어렵다.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이디어부터 아이디어를 실현할 ‘돈’ 만들어내기까지 서로 다른 성격의 일들을 해내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두려움과 어려움을 친구삼아 이 잡지를 내가 지금 꼭 만들어야겠다고 한다면, 우선 그 두려움과 어려움을 이기기에 충분한 자신의 ‘이유’를 찾자.
그리고 그 ‘이유’를 붙잡고 그 이유가 새로워지거나 혹은 단단해질 만한, 내게 영감을 줄 것들을 찾아 나서보자. 사람이든 어떤 이벤트든 자석에 쇳가루가 따라붙듯이 내가 만들어낼 잡지에 양분이 될 것들이 ‘이유’를 기준으로 몰려들 것이다.
그리고 신나게 영감 수집을 했다면, 자리를 잡고 앉아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려운지 분석해보자. 아이디어가 고갈됐는지, 동료가 없어 힘든지, 후원이나 투자가 안 되어서 힘든지.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가려낸 뒤 자문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서자. 자기객관화 + 구체적으로 문제점 찾기까지 완료했다면 당신에게 기꺼이 조언해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취재의 어려움
기획에 알맞은 취재원을 섭외하는 것부터가 취재의 시작이다. 아시다시피 어떤 내용을 어떤 이를 통해 보여줄지 선택하는 것부터 사람, 즉 편집팀의 방향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같은 A라는 사안을 취재해도 조선일보가 취재원을 고르는 방식과 한겨레21이 취재원을 정하는 방식은 판이할 것이다. WHY단계에서 고민을 충실하게 한 사람이라고 해도 개별적인 기획에 돌입했을 때 어떤 취재원을 찾아야할지 머리털이 빠지도록 고민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려울 때는 최대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고민해보고, 믿을만한 전문가를 찾아 고민을 나눠보자. 그러고 나서 취재원을 찾았다면 취재 목적과 의도를 솔직 담백하게 밝히고 취재에 임하자. 시간을 내준 인터뷰이에게 사례를 하는 것까지가 완성이다.
인쇄의 어려움
디자인팀에 속한 디자이너 중, 인쇄 실무를 경험한 분이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없어도 괜찮다. 무엇이든 그렇지만 특히 인쇄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욱 정확해지고 확실해진다. 인쇄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라면, 심리적 거리감이 가까운(!) 인쇄소를 찾아 의뢰를 해보자. 인쇄 전에 인쇄소 담당자와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는 것이 중요하고, 온라인으로 견적을 미리 내보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은 인쇄소 웹하드에 PDF 파일을 업로드하고 견적을 받은 뒤 그만큼의 금액을 입금하면 인쇄가 시작된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100페이지 분량의 A4사이즈 컬러, 모조지로 제작하는 잡지 2000부를 인쇄하는 데 드는 시간은 3일 정도이다. 추석 연휴와 설 연휴, 선거기간에 주의하자. 주문이 폭주해 일주일 이상 소요될 수 있다.
6. 잡지 기획하면서 스스로 물어보면 좋은 것
다시, 내가 왜 이 잡지를 만들려고 하는가
내가 아니면 안 되는가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가
내가 하려는 말이 세상에 어떤 식으로 쓸모가 있을까
그 쓸모는 누구에게 쓸모가 있나
7. 제작 팁 (존댓말 ver.)
누군가 저에게 잡지 제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돈도 아니고 지식도 아니고 마음 맞는 동료를 만나는 것이라고 대답하렵니다. 방향성이 맞고 작업 성향 등이 맞는 동료를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안 되던 일도 동료 덕분에 되는 경우가 많고 될 일도 동료 덕분에 더 잘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디서 그런 동료를 찾냐고요? 내가 상대에게 좋은 동료가 되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를 고민하는 것도 좋은 동료를 만나는 법과 닿아 있겠지요.
여러분이 만드는 잡지가 누구에게 ‘필요’할까 생각해보면, 그곳에 독자도 있고 광고주(혹은 후원자)가 있습니다. 만들어서 나와 내 측근들만 봐도 상관없다면 고민할 필요 없겠지만, 더 많은 사람이 봐주기를 원하고 이 잡지로 나의 생계(!)까지 보조하고 싶다면 이 잡지가 누구에게 읽힐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물론 예상 독자가 실제 독자가 되는 일은 드뭅니다만… 잡지에 광고를 얼마나 실을 것이냐 혹은 아예 안 실을 것이냐, 아니면 어떤 업체/사람의 광고를 실을 것이냐 하는 고민도 매우 까다롭습니다. 편집권을 침해하지 않는 광고주를 만나, 적당한 광고료를 받고 잡지의 미적인 가치를 보존할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요. 그것이 안 될 상황이라면 쿨하게 가슴은 뜨겁게 광고주를 밀쳐내세요! 오히려 밀쳐낼 때 광고주가 들러붙기도 합니다. 마치 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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