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기획] 공간 운영을 커리어로 만드는 방법

“바야흐로 공간 전성시대다!”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내 본다. 공간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 이라고 할 수 없지만, 언젠가부터 공간 브랜딩, 공간 마케팅, 공간 기획 등, ‘공간+a’ 의 단어와 관련 주제들이 눈에 많이 띄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카페가 늘어났고,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경제 플랫폼이 등장했고, 파티룸이라 는 단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호캉스, 스테이케이션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했다. 공간 전성시대의 시작과 원인에 대해서 논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공간이란 무엇인가’, ‘공간 기획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도 “그게 뭔데... 그 거 어떻게 하는 건데.......☆” 아직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여기서 잠깐 필자 소개를 하자면, 필자는 2014년 겨울부터 2018년 여름까지 ‘상모(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복합문화옥탑방을 운영했다. 현재는 부동산 개발·운영 스타트업 회사, ‘어반하이브리드’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어반하이브리드에서는 다양한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데, ‘쉐어원’이라는 쉐어하우스, ‘쉐어원라운지’라 는 파티룸, ‘창신아지트’라는 쉐어팩토리 등이 있다.

4년이 되어가는 시간 동안 다양한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항상 고민해왔던 점은 “과연 이 일이 내 커리어로 될 수 있을까?”였다. 공간예약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의 정수현 대표는 ‘운칠기삼’이라는 단어를 자주 꺼낸다. ‘운 영 70%, 기획 30%’의 줄임말이다. 정수현 대표의 강연에서는 ‘운영이 기획 못지않게 중요하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이 글에서 필자는 ‘공간 관련 업무의 대부분은 운영이다’라는 뜻으로 ‘운칠기삼’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참 설렌다. 운명처럼 어떤 공간을 만나고, 이곳에 어떤 사람들이 오게 될까 기대하며 내 가 원하는 대로 공간을 만들어나간다. 공간의 비포앤애프터를 보는 것은 그 공간을 만드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경 험이다. 하지만 공간을 짠! 하고 만드는 것이 일의 끝이 아니다. 시작이다. 그 공간에 익숙해진 후의 일들은 꽤 단조로울 것이다. 단조로운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샌가 권태기나 슬럼프가 찾아올 것이다. 이 글은 나와 같은 고민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다. 그리고 고민하고 있는 나를 위한 충고이기도 하다.

첫 번째, 반복되는 업무는 최소화하자

공간 운영에서 가장 주된 업무는 공간 유지관리와 고객 응대다. 절대 빼먹을 수 없지만, 늘 반복되는 단순한 업무이 다. 공간에 익숙해지게 되면, 청소하는 중에는 내가 이러려고 일 하나 서럽고, 손님들의 질문도 예상을 벗어나는 질 문은 없기 때문에 이에 기계적으로 대답하게 된다.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현타가 올 확률은 가장 높다. 이러한 업 무에 쏟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계속해서 궁리해보자. 예를 들어 필자는 상모 운영 당시 파티룸 용도로 상모를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퇴실 15분 전에 퇴실 안내 문자를 보 냈다. 그런데 아이폰은 문자 예약 전송 시스템이 없어서, 늘 알람을 맞춰놓고 보냈다. 심지어 새벽 4시에도! 자다가 알람에 맞춰 일어나서 미리 써둔 문자를 보내고 다시 잠들었다. 회사에서는 문자 서비스 홈페이지를 이용하는데, 처음 접했을 때 세상 편리할 수 없었다. 문자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하던 일에 익숙해지면 불편한지도 모르는 채로 반복하기 마련이다. 이 방법으로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인지 계속 생각해봐 야 한다.

두 번째, 다양한 시도를 해보자

반복되는 일상 업무에 질리기 전에 스스로 나서서 다양한 해프닝을 만들어보자. 어쨌든 ‘내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점이다. 그 점에서 뽕을 제대로 한번 뽑아보자. 계절마다 공간의 인테리어나 소품을 바꿔보면 운영자의 기분도 전환되고, 손님에게도 운영자가 공간에 애정을 들 이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이 핑계로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쉽게 지를 수도 있고, 졸업식 때나 받아봤던 꽃을 직접 사볼 수도 있다. 관심 있는 분야의 모임과 행사를 직접 열어볼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공간을 통해 서 해볼 수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 경험인가! 공간에 대한 애정도 붙고, 이 일을 계속해야 할 이유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홍보나 마케팅 관련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손님들이 적은 시기는 언제인지, 왜 그런지 파악하고 손님 이 적은 시기에는 SNS 광고를 실행해보거나, 가격 구성을 다르게 해보는 등의 여러 시도를 해보자. 사실 이러한 고 민과 시도는 매출과 연관되기 때문에 당연히 계속해서 해야 한다.

세 번째, 기록기록기록하자

이 공간을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공간을 어떻게 준비하고 만들어냈는지, 공간에서의 일상, 공간에서 일어났던 특 별한 일, 공간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특징, 공간에 대한 손님들의 피드백 등 다양한 주제로 공간에 대해 기록하자. 내부의 아카이빙이 될 수도 있고, 외부의 콘텐츠일 수도 있다. 내부의 아카이빙을 위한 기록이라면 체계적으로 정 리해서 그 기록을 통해서 인사이트를 얻고, 다양한 시도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게끔 하자. 외부의 콘텐츠를 위한 기록이라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서 잠재고객과 팬에게 ‘이곳은 계속해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 공간’임 을 알리자.

네 번째, 내가 이런 공간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자

검색 광고, SNS 광고 등을 통해서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홍보와는 별개로 박람 회, 네트워킹 모임 등, 공간의 운영자로서 직접 어딘가에 나가보자. 그러한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활동 적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일을 벌일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하는 것보 다 반응이 더 즉각적이고, 지속적이고, 깊이 있다. 공간과 결이 맞는 매력적인 사람들을 알게 된다면, 이들과 함께 행사 기획을 할 수도 있고, 이들을 공간의 팬으로 만들 수도 있다.

다섯 번째, 공간과 나와의 연관성을 찾자

공간을 다루고 있는 나 자신을 한 발짝 멀리서 보면, 내 성향과 장단점을 알 수 있다. 나의 어떤 특성이 어디에서 도 움이 되는지, 어떤 특성을 다듬어야 할지 알 수 있다. 또한 공간의 여러 업무 안에서도 내가 잘하는 것을 찾자. 공간 디자인, 프로그램 기획, 커뮤니티 형성 등,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웠고 잘 해냈는지 생각해보자. 공간뿐만 아니라 공간 안에 담긴 내용물 자체가 독특하고 전문성을 지녀야 하는 카페, 식당, 상점과는 달리, 파티룸, 코워킹오피스와 같은 ‘공간 자체를 소비하는 공간’은 운영자가 한번 공간을 만들면, 그 안에서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 이미 만들어진 공간에 대해 나의 능력과 강점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다른 곳보다 적 다. 따라서 스스로가 발전하고 있지 않은 듯한 현타가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열심히 공간에 있어서 내 가 잘하는 것, 못하는 것이 뭔지 파악하고 다듬으며 발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경험의 자본화’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다. 경험이 “아, 좋은 경험이었다!”로 끝나는 것을 넘어서, 그 경험을 통해 나는 어떤 자본을 얻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그 자본은 돈이 될 수도 있고, 지식이 될 수도 있고, 관계가 될 수도 있 다. 나 스스로 공간 운영을 계속해서 자본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나만의 커리어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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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age has been written and edited by Hyerin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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